
[첫 여름, 완주] 잔잔한 리틀포레스트 같은 책
오디오 북을 위해 쓰인 책
오디오북을 위해 만들어진 책
얼마 전에 출판사 무제에서 특별한 오디오북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 명의 성우가 읽어 주는 형식이 아니라, 실제 배우들이 인물을 맡아 연기하는 방식이며 오디오북을 위해 쓰인 책이라는 설명에 큰 기대가 생겼습니다.
과연 오디오북을 위해 만들어진 책은 어떨까 궁금해 윌라 앱을 설치하고 듣기 시작했습니다.
들어 보니 예상과 달랐습니다
나레이션과 배우들의 대사, 주변 환경 묘사와 효과음이 어우러져 색다른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일반 책에서도 배경 설명은 존재하지만, 소리로 전달될 때의 현장감은 확실히 다른 결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기에 내용을 따라가려면 집중해서 들어야 했습니다. 대중교통에서 음악처럼 흘려듣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대신 그만큼 문장과 표현이 또렷이 다가왔고, 장면 묘사와 분위기를 소리로 체감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첫 여름, 완주
제목의 '완주'는 '여름을 완주했다'는 뜻이 아니라, 완주라는 지역을 뜻했습니다.
주인공 열매는 돈을 빌리고 잠적한 수미를 찾기 위해 완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수미 대신 항암 치료 중인 수미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고, 어머니의 권유로 그 집에 머물며 마을의 일상을 겪습니다.
중간에 어저귀라는 외계인이 등장해 잠깐 판타지인가 싶었지만, 그 요소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현실의 결을 유지합니다. 잔잔한 리듬으로 흐르는 시골의 여름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룹니다.
잔잔하고 따뜻한 책
오디오북은 작가의 의도를 더 구체적으로 체감하게 해 주었습니다.
일반 책이었다면 글을 읽으며 독자의 상상에 맡겨지는 부분들이, 배우의 말투와 호흡, 효과음, 나레이션을 통해 생생히 그 분위기와 장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집중을 높이기 위해 종종 눈을 감고 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시골의 나른한 느낌이 그려졌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게 할 만큼 잔잔하고 따뜻했습니다.

낯설지만 시도해 볼만합니다
처음 경험한 오디오북은 신선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듣는 동안 가끔 집중력이 떨어져 내용을 놓치는 순간이 있어, 처음에는 텍스트가 함께 제공되면 이해에 도움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듣고 나니 오디오북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려면 오직 듣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책은 장면과 정서를 소리로 세밀하게 전달받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직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으셨다면 추천드립니다.